본질적인 세계와 물질적인 세계의 경계에 주목하는 작가의 정신세계를 엿볼수 있다.
해골(죽음)과 귀엽고 섹시한 인형(삶)의 경계, 물질세계와 정신세계 사이의 경계,
현실계와 이상계 사이의 갈등으로 얼룩진 경계선,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수많은 경계지대를 거닐면서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간지점에서 그는 경계에 머무르지 않는 정신으로 우뚝 서 있다..(정영숙)

‘Beyond the Painting 시리즈 페인팅은,
회화의 표면과 그 위의 이미지에 대한 미학적 성찰에서 출발한 작품이며 이는 회화의 표면이나
이미지에 집착하지 않고 회화적 공간의 언저리에나 있을법한 보다 본질적이며 결코 표현될 수 없는...
드러나지 않은 진실의 세계, 즉 비물질적 회화공간에 대한 암시를 형상화한 작품이다(김을)


전시명 : 갤러리세인기획초대김을, Beyond the Painting
초대작가 : 김을
전시기간 : 2015. 10. 13 (화) ~ 10. 24 (토) am 10:30 ~ pm 7:00 (일요일, 공휴일 휴관)
오프닝 : 2015. 10 .13 (화) 6pm
출품작품 : 20 여점
전시장소 : 갤러리세인 (청담역10번 출구앞)
전시담당 : 큐레이터 김혜원
갤러리세인 아카이브 프로젝트 : 송인호(사진,영상제작) - 동영상 : 갤러리세인 홈페이지 접속 후 다운로드
전시문의 : 02)3474-7290, 010-8777-7290
기획글
정영숙 문화예술학 박사, 갤러리세인 대표
갤러리세인은 관록 있는 김을 중견작가를 초대한다. 10여 년 전 어느 미술관에서 처음 본 김을 작가의 드로잉이 강렬하게 인상이 남아 그 후 개인전과 그룹 전에 발표된 작품을 감상했었다. 올 봄에 그의 작업실을 첫 방문한 후 초대전을 구체화 하였고 얼마 전 전시를 앞두고 아카이브 프로젝트 진행으로 재방문을 하였다. 작업실은 현관문을 열면 작품과 오브제로 빼곡하게 쌓여진 사이를 걸어 들어가서 몇 군데의 작업공간으로 나누어지는 구조이다. 페인팅 작품이 진행되는 공간이 다소 넓었고 그 외 드로잉을 하는 테이블, 오브제를 만지고 조각하는 테이블, 다양한 물건들이 차곡차곡 쌓여진 공간, 그리고 창고가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작업의 제작 특성에 따라 구획된 작은 공간들을 오가며 언뜻 작업실이 거대한 작품처럼 느껴졌다. 이번 전시의 주제가 되는 <beyond the painting> 작품이 있는 공간 앞에 섰다.

파란 하늘과 그리고 추상의 이미지의 그림이 올 오버 페인팅 되어 있고 그 위에 하나, 둘, 아니면 네개 등으로 작은 창문 모양이 캔버스에 부착됐다. 화면 너머의 무엇을 보기 위해 창문을 설치했는지를 질문을 했다. 작가는 "회화 너머에 뭐가 있을까?...... 어느 날 불현듯 노자가 나타나 그림 너머의 세상을 보거라. 표면에 무엇이 있다고 집착하는가?" 라고 귀뜸해 준다. 허만하 시인의 <목숨의 함정> 중에 "아름답다/사라지는 것은 아름답다/시에게 언어가 떠난 뒤의 빈 숲은/아름답다." 이런 대목이 떠오른다. 김을의 창문은 우리의 시지각을 눈에 보이는 실체적인 것인 것이 아닌 그것을 둘러싼 빈 여백의 공간으로 이동하게 하는 메타포이다. 즉물적으로 보여진 조형언어는 ‘이것이 회화이다'라고 단정할 수 없는 미지의 조형 언어을 제시한다. 캔버스 너머로 세상을 탐구하는 작가의 미세한 미적 여정은 창문으로 그치지 않는다. "회화의 공간은 고난도 방적식의 입체 공간이다."라고 말하며 그려진 캔버스로 완결하지 않고 가구의 서랍장 기능이 배제된 체 입체적 특성을 고려한 혼합 형으로 표현한다. 'untitled' 시리즈 중 캔버스가 두 개이고 커튼, 새, 새둥지 등 오브제가 등장하는 작품이 있다. 이는 이중적인 회화의 공간, 커튼 너머의 비물질적 공간, 의도를 알 수 없는 새와 새둥지, 이렇게 여러가지의 복합적인 의미가 하나의 회화공간 안에서 뒤섞여있는 일명 콤플렉스 페인팅이다.



이것이 다층적이고 입체화된 회화적 공간에 오브제를 차용하여 복합적인 조형형식을 구축했다면, 또 다른 'untitled'는 거의 가구형태를 취하고 있다. 가구는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관련된 고유한 용도를 가진 생활용구로서 미술품으로서는 다소 낯설어 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가구의 형태가 어엿하게 회화의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그림이 그려진 서랍장을 열면 앞에서 창문처럼 또 다른 작품이 있을 것 같고, 한 쪽 칸에 설치된 커튼을 살짝 열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또한 맨 위 빈 공간에 놓여진 밥 딜런의 전문책자는 한편 궁금증을 유발케 하면서도 묘한 미적 향유를 선사해주고 있다. 회화이면서 조각 같고, 조각이면서 가구 같은 작품으로 인해 다양한 미적 경험을 하게 하는 것, 이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독특한 미적 특징이 보여진다. 그렇지만 한 켠에서는 밥 딜런이 놓여진 까닭은 무엇일까?.... 그 미묘한 회화적 빈 공간에 작가는 어떤 특별한 의도로 밥 딜런을 선택했을까?. 그는 멋쩍은 표정으로 "밥 딜런이 활동하는 곳이 주로 캘리포니아이고 그림도 캘리포니아 하늘이 떠올라서 그린 것이고 해서 이들을 매치시켰다" 라고 말한다. 작가는 유독 캘리포니아 만 여러 차례 자주 방문했다. 작가로서는 유럽이나 다른 지역도 가고 싶겠지만 그는 조금이라도 여건이 되면 무조건 캘리포니아로 떠난다. 그곳에서의 여정은 이제 적당히 익숙해졌고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로즈볼 프리마켓(Rose ball Flea market)을 즐겨 찾는다. 그곳에서 작업의 재료가 되는 온갖 잡동사니를 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온갖 오브제와의 대면과 선택, 그 자체가 작업의 시작인 것이다. 작가의 설명을 들으니 밥 딜런의 이미지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작업실에 가득한 오브제를 다시 보니 작가가 먼 여정에서 고른 물건이라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그리고 주변에는 한자가 더러 적혀 있다. 잡화(雜畵)라는 단어가 적힌 푯말을 들고 있는 작은 인형, 해골, 마리오네트 등등. 혼합매체 'untitled' 시리즈 작품에 특히 작가가 수집한 오브제들이 작품의 내용에 따라 적절하게 배치된다. 오브제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끌고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고, 자화상은 초기에는 회화적 방식으로 표현했다면 이제는 자소상과 오브제를 혼용하여 블랙유머의 내러티브를 표출하면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작품에는 한자가 종종 적혀 있다. 그 중 <해의반박(解衣般?)> 그림은 “옷을 풀어 헤치고 다리를 쭉 펴고 임해라”라는 뜻이다. 제자들에게 해골을 제시하고 제 멋대로 그려보라고 말하는듯한 작가의 모습이 해학적이다. 작가가 한자를 자주 작업에 사용하는 것은 유년시절에 한학자이며 서예가이신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작가의 초기 작업은 자화상, 가족사를 다룬 혈류도 등의 진중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던 중 작가는 어는 순간 "내가 이렇게 무거운 주제의 그림만 그려야 하나?" 라고 자문하며 주제를 버리고 작가의 몸 속에 쌓여있는 모든 것을 그려내 보기를 시도한다. 무모해 보이는듯한 그 시도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드로잉이었다. 2002-2007년까지 두 차례의 드로잉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많은 량의 드로잉을 제작하였고 그간의 성과를 엮어낸 드로잉 작품집도 지금까지 일곱 권을 출판하였다. 오랜 기간 동안 드로잉에 집중하며 드로잉이 어느 매체 못지 않게 강력한 미적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깨 닳았고 드로잉을 작업의 중심에 둠으로써 이제는 회화를 하면서도 드로잉을 한다고도 여기기도 한다. 드로잉의 개념에 대해 작가는 " 조형분야에만 국한 되지 않고 모든 존재의 본질에 관련되어있는 중요하면서 또한 의미 있는 단어이다."라며 "나는 이제 드로잉을 내 삶에 적용하고 있다. "라고 드로잉스럽게 말하고 있다.



인터뷰와 작업과정의 영상 촬영이 끝났지만 작업실 안에서는 새로운 것들이 자꾸 보인다. 특히 작고 사소한 오브제들이다. 붓과 캔버스를 양 손에 들고 머리에는 '그림 이 새끼?'라고 적힌 손바닥 만한 오브제와 치어리더 같은 작은 인형이 '그림이 필요 없는 행복한 세상'이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있는 작품 등이다. 매일 매일 새로운 작업을 한다는 작가의 치열함과 관조의 정신이 오버랩 된다. 영상 촬영하면서 즉석에서 그린 드로잉에는 "나는 그 밝음의 가장자리에서 그렇게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라고 적힌 글이 있다. 인터뷰 중에 작가가 언급한 단어 중에 특히 '트와일라잇 존(Twilight Zone)'이 잔상처럼 머릿속에 남는다. 개인전 주제로도 사용한 적이 있었으며 본질적인 세계와 물질적인 세계의 경계에 주목하는 작가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 해골(죽음)과 귀엽고 섹시한 인형(삶)의 경계, 물질세계와 정신세계 사이의 경계, 현실계와 이상계 사이의 갈등으로 얼룩진 경계선,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수많은 경계지대를 거닐면서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간지점에서 그는 경계에 머무르지 않는 정신으로 우뚝 서 있다.
 
김을이 김을을 말하다
김을은 1970년대에 미술에 입문하면서 당시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던 아방가르드에 매료되었다. 그 후 군복무와 학업을 마치면서 잠시 주얼리디자인에 몸을 담게 된다. 1980년대 후반 그는 본격적으로 회화작업에 매진하게 되는데 많은 회화적 실험을 거친 후에 당시의 초기작업은 모더니즘에 대한 회의에서 출발하게 된다.
본격적인 회화작업은 수많은 자화상 연작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삶에 대한 성찰과 강한 자의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내면과 세계사이의 경계에서 나타나는 긴장감을 그려내는 자화상 작업이었다. 곧 이어서 그는 5대에걸친 가족사를 다룬 혈류도(blood map) 연작을 그려내게 된다. 자화상과 혈류도 연작은 동일한 맥락으로 연결된 작업이라할 수 있으며 그는 이들 연작을 통해서 내면의 문제들과 많은 회화적 난제를 해소하게 되는 성과를 거두었고 비로소 보다 넓은 눈으로 그림과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를 갖게 된다. 그 즈음 그는 갑자기 회화를 접어두고 드로잉에 집착하게 된다. 그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2차에걸친 드로잉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의 드로잉작업은 회화가 갖는 속성들과 함정을 피하면서 미와 자유를 찾는 시도였는지도 모른다. 수년간 다작의 드로잉작업을 하면서 그는 결국 잡화(雜畵;miscellaneous drawing)에 이른다. 잡화는 특별한 주제의식도, 고정된 어떤 태도도 갖지 않는 그림을 말한다. 즉 세계를 바라보면서 그의 의식에 맞닥트려진 모든 것을 그의 정신과 손으로 하여금 최대한 의도를 배제한 체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다분히 가변적이다. 그는 이제 계획된 작업이 아닌 매일 새로운 작업을 한다고도 말하고 있다.


작가노트

-작품 "무제"는 일련의 Beyond the Painting 시리즈 작품이다.
이 시리즈 페인팅은, 회화의 표면과 그 위의 이미지에 대한 미학적 성찰에서 출발한 작품이며 이는 회화의 표면이나 이미지에 집착하지 않고 회화적 공 간의 언저리에나 있을법한 보다 본질적이며 결코 표현될 수 없는...드러나지 않은 진실의 세계, 즉 비물질적 회화공간에 대한 암시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페인팅의 공간 구조는 회화의 표면과 그 표면 뒤쪽의 어두운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이질적 공간의 경계 면에 창문(통로)을 설치하여 회화 공 간을 3차원으로의 확장을 시도하였고 보다 다층적인 향수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CV 김을 (Kim Eull)
1954년
홍익대학교 산업미술 대학원 쥬얼리디자인 전공 졸업
 
Solo Exhibition
2014 (홍익대학교 미술관)부터 2015년 (백 아트, 로스엔젤레스)까지 20여회 개최
   
Group Exhibition
2013 (Learnning Machine, 백남준 아트센터), 2011년(Tell Me Tell Me, 국립현대미술관)등 100여회 참여.
   
레지던시
2008~2009 PSB, 베이징
2009~2010 경기 창작센터, 안산
   
작품소장
국립 현대미술관, 경기도 미술관, 서울 시립미술관, Dulwich college Seoul, 하나은행, Arena 1(LA) 등
 
현역
전업작가
 
특이사항
"My Great Drawings"등 7권의 드로잉 작품집 발간.